
등급에 따른 보르도 레드 와인
메독(그랑 크뤼 클라세)_1855년 제정
샤토 와인에 등급이 매겨진 시기와 경위
매독 지방은 약 150년도 더 전에 와인 등급 체계를 마련했다. 당시 와인업계 브로커들은 나폴레옹 3세에게 1855년 만국박람회에서 프랑스를 대표할 최상의 와인을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메독의 최상급 와인은 가격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고, 가격이 곧 품질이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최상위 포도원, 즉 크뤼들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1등급', 그 다음으로 뛰어난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2등급이 되는 식으로 5등급까지 등급이 정해졌다. 브로커들은 이 등급분류가 공식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붙였다.
1855년의 등급분류는 지금도 여전히 유용할까?
와인 마니아라면 누구나 1855년 등급분류에 대해 알고 있을 테지만 지난 세월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부 포도원은 이웃 땅을 매입해 생산량을 두세 배로 늘렸으며, 이것은 법적으로도 허용되어 있다. 샤토는 그 소유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비즈니스가 다 그러하듯 보르도 역시 좋은 시절뿐만 아니라 나쁜 시절을 겪기도 했다.
1970년대 초 보르도 와인은 최상급 포도원들조차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유명한 1등급 포도원이었던 샤토 마고 Chateau Margaux에서도 소유 가문이 포도원에 돈과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못하면서 한동안 전통을 이어오던 뛰어난 품질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결국 샤토 마고는 1977년 멘젤로폴로스 Mentzelopoulos라는 그리스계 프랑스인 가문에 1600만 달러에 팔렸으며, 그 이후 와인 품질은 1등급 기준마저 뛰어넘을 만큼 향상되었다.
그리고 1855년 등급분류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포도원들도 나타났는데, 그 예가 생쥘리앵 마을의 샤토 글로리아 Chateau Gloria다. 당시 생쥘리앵의 읍장 앙리 마르탱 Henri Martin은 2등급 포도원을 여러 곳 사들였다. 그 결과 1855년 등급분류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뛰어난 최상급 와인을 생산해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와인을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한다. 기술은 1855년에 비해 많이 발달해서 오늘날 좀더 훌륭한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사실 1855년 등급분류에 들었던 샤토 중 몇몇은 더 낮은 등급이 매겨져야 하는 곳도 있고, 더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 등급분류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아주 유효한 편이다.
메독(크뤼 부르주아)_1920년 제정
크뤼 부르주아
메독의 크뤼 부르주아는 애초 1920년에 등급을 받았으나 1855년도 등급분류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샤토들이다. 1932년에는 444곳이 포함되었으나, 1962년 무렵엔 불과 94곳으로 줄었다.
그라브(그랑 크뤼 클라세)_1959년 제정
가장 유명한 샤토는 샤토 오 브리옹이다.
포므롤_공식적인 등급분류가 없음
이곳의 보르도의 상급 레드 와인 생산지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지역이다. 포므롤의 와인 생산량은 생테밀리옹 와인 생산량의 10~20%에 불과하다. 그래서 포므롤 와인은 희귀한 편이며, 어쩌다 발견하더라도 비쌀 것이다.
생테밀리옹_1955년 제정
생테밀리옹의 와인 생산량은 메독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다. 메독의 등급분류 이후로 1세기가 지나, 생테밀리옹의 와인도 마침내 1955년에 공식적인 등급분류가 매겨졌다.
보르도 레드 와인의 구입 및 음용 요령
보르도 와인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보르도 와인은 무조건 아주 비싸다는 생각이다.
우선, 지금 마시고 싶은 와인을 구입할지, 숙성시켜놓은 와인을 구입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보르도의 뛰어난 빈티지산 우수 샤토 와인이라면 최소한 10년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우선 샤토 와인의 뛰어난 빈티지산 중에서 이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크뤼 부르주아나 세컨드 라벨 second label(세컨드 와인이라고도 하며, 개별 포도원인 샤토의 주요 와인 그랑뱅 Grnad Vin을 만들고 남은 포도로 생산되는 와인을 말한다)은 최소한 5년은 숙성시켜야 한다. 지역명 와인은 빈티지 해로부터 2~3년 안에 마셔야 좋지만, 단순히 아펠라시옹 보르도 콩트롤레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로 표기된 와인은 출시되자마자 마셔도 좋다.
그 다음 단계는 빈티지가 자신이 원하는 유형에 적당한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숙성시킬 와인을 구하고 있다면 뛰어난 빈티지를 찾아봐야 한다. 바로 마셔도 되는 상급 샤토의 와인을 원한다면 급이 좀 낮은 빈티지를 골라야 한다. 바로 마시기에 적합하면서 뛰어난 빈티지의 와인을 원한다면 좀 낮은 등급의 샤토를 찾아야 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보르도 와인은 여러 포도를 블랜딩하여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메를로 스타일의 보르도 와인을 사고 싶으면 생테밀리옹이나 포므롤산을, 카베르네 스타일의 와인을 사고 싶다면 메독이나 그라브산으로 정하면 된다. 이때 명심할 것은 메를로 스타일이 더 구하기 쉬우며 어릴 때 마셔야 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저가, 고가 보르도 레드 와인의 차이점
- 포도 재배지
- 빈티지
- 포도나무의 나이(대체로 포도나무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좋은 와인이 나온다)
- 포도나무의 생산량(생산량이 낮을수록 품질이 더 높다)
- 와인 양조 방법(나무통에서의 와인 숙성기간 등)
보르도의 뛰어난 레드 와인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역피라미드법'
금전의 여유가 있다면 좋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있다. 한정된 금액으로 최상의 와인을 살 수도 있으며,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역피라미드'이라고 불리는 방식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토 라피트 로칠드 같은 와인을 구입한다고 해보자.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고가인데, 그만한 여유가 없다면? 일단 지역을 살펴본다. 포이약산이라고 해보자. 이제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 앞에서 언급한 1855년 등급분류를 다시 보면서 포이약산의 5등급 와인을 찾아본다. 그러면 더 낮은 가격대에서 그 지역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반드시 1등급 가격의 5분의 1일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너무 비싼가? 그러면 피라미드상에서 아래로 더 내려가 포이약산의 크뤼 부르주아로 등급을 낮춰본다. 그래도 비싸면 또 다른 선택권이 있다. 라벨에 '포이약'이 표기된 지역 와인을 사는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보르도 샤토 와인의 가격을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곳의 세컨드 라벨 와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런 와인들은 포도원의 가장 어린 나무에서 딴 포도로 만든 것으로, 스타일이 더 가벼우며 더 빨리 숙성되며 가격이 샤토 와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보르도의 과거와 현재
와인 세계에서 나타난 가장 극적인 변화는 보르도의 최상급 샤토 와인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이다. 1985년에만 해도 보르도의 가장 중요한 시장은 영국과 미국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아시아가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일본, 홍콩, 한국, 중국에서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최상급 보르도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바꾸어 말하자면 우리 서민들로서는 수많은 샤토들로부터 여전히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와인들로 구하면 된다. 1985년 이후 최상급 샤토의 높은 품질 기준이 보르도의 나머지 샤토에까지 스며들면서, 지역 기준으로 볼 때 보르도는 사상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생테밀리옹, 그라브, 코트 드 부르, 코트 드 블레 같은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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