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 번쯤은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샴페인은 바로 축배의 와인이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 샴페인과 셰리주와 포트와인을 한데 묶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다른 종류의 와인이지만 구매할 때 제조사의 명성과 신뢰성을 따져봐야 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모두 블랜딩 와인이므로 생산의 모든 측면은 제조자의 손에 달려 있다. 그만큼 구매자는 하우스(샴페인 제조사들은 '샤토' '와이너리'로 불리는 것을 반대하며 '샴페인 하우스'라고 부른다)의 스타일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예컨대, 샴페인은 모에 & 샹동 Moet & Chandon 하우스가 유명하며, 포트와인은 산데만 Sandeman 하우스가, 셰리주는 페드로 도멕 Pedro Domecq 하우스가 이름 있는 곳이다.
샴페인
샴페인이 거품이 올라오는 바로 그 음료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엄밀히 말해 샹파뉴 Champagne(영어식 표기로는 '샴페인')는 프랑스의 한 지역명이다. 프랑스 '북단'의 와인 생산지로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다.
샹파뉴가 북쪽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샹파뉴 지역에서 딴 포도는 다른 대부분의 지역보다 산도가 높은데, 이는 샴페인의 독특한 맛을 내는 요소 중 하나다.
샹파뉴는 크게 다음의 네 구역으로 나뉜다.
마른 계곡 VALLEY OF THE MARNE
랭스 산악지대 MOUNTAIN OF REIMS
코트 데 블랑 COTE DES BLANCS
코트 데 바 COTE DES BAR
샴페인의 원료로 쓰이는 포도는 세 가지가 있다.
피노 누아르 PINOT NOIR
피노 뫼니에 PINOT MEUNIER
샤르도네 CHARDONNAY
프랑스에서는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으로 불린다. 일부 미국 생산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스파클링 와인 라벨에 샴페인이란 말을 무단 차용해왔다. 그러나 이 와인들은 프랑스의 샴페인과는 비교될 수도 없고, 비교되어서도 안 된다.
샴페인을 크게 세 종류로 나누면?
논빈티지 NON-VINTAGE, 멀티플 빈티지 MULTIPLE VINTAGE: 두 해 이상의 수확물을 블랜딩함. 베이스 와인 base wine의 60~80%는 그 해의 빈티지이고, 20~40%는 이전 해의 빈티지.
빈티지: 한 해의 빈티지로만 만듦.
프레스티지 퀴베 PRESTIGE CUVEE: 한 해의 빈티지로만 만들며 장기 숙성시켜야 함.
논빈티지와 프레스티지 퀴베 샴페인의 가격 차이가 큰 이유
프레스티지 퀴베 샴페인은 다음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 최상급 마을의 최상급 포도로 만들 것.
- 포도의 첫 압착즙으로 만들 것.
- 논빈티지 샴페인보다 오랜 기간 병에서 숙성시킬 것.
- 빈티지 해에만 만들 것.
- 높은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적다. 가격은 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매해가 빈티지 해인가?
아니다. 빈티지들은 대다수의 샴페인 하우스를 기준으로 삼아 책정된다. 샹파뉴에서의 '빈티지'는 다른 와인 생산지와는 다르다. 하우스마다 빈티지 해로 선언할 지의 여부를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어떻게 만드는가?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은 일명 '메토드 샹프누아즈 Methode Champenoise'라고 부른다.
샹파뉴 외의 지역에서는 이와 유사한 방법을 '메소드 트라디시오넬 Methode Traditionnelle' '클래식 메소드 Classic Method' '메토드 트라디시오날 Metodo Tradicional'이라고 부른다. EU에서는 '메토드 샹프누아즈'라는 표현을 샹파뉴 이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메토드 샹프누아즈
수확: 수확은 보통 9월 말에서 10월 초에 한다.
포도 압착: 두 번째 압착한 포도즙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프레스티지 퀴베 샴페인은 보통 첫 번째 압축즙으로만 만든다. 두 번째 압축된 즙은 '타이유 taille'라고 불리며, 퀴베(첫 번째 압착즙)와 블랜딩하여 빈티지나 논빈티지 샴페인을 만든다.
발효: 모든 샴페인은 1차 발효를 거치면서 포도즙이 와인으로 변한다. 발효 공식을 기억해보면, 당분 + 효모 = 알코올 + CO2이다. 이 중 탄산가스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린다. 2~3주 동안의 1차 발효를 거치면 스틸와인 still wine(기포가 없는 일반적인 와인)이 만들어진다.
블랜딩: 샴페인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스틸와인의 블랜딩이다. 여기에 쓰이는 스틸와인들 각각은 단일 마을에서 생산된 단일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이 단계에서 와인 메이커는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리는데, 다음은 그중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들이다.
- 어떤 포도 품종을 어떤 비율로 블랜딩할 것인가? 즉, 샤르도네, 피노 누아르, 피노 뫼니에를 어느 정도씩 사용할 것인가?
- 어떤 포도원의 포도를 쓸 것인가?
- 어떤 해 혹은 어떤 빈티지의 와인을 섞을 것인가? 그해 수확한 포도로 빚은 와인들만 섞을 것인가, 아니면 여러 해 빈티지의 와인들을 같이 섞을 것인가?
리퀴르 드 티라주 LIQUEUR DE TIRAGE: 와인 메이커는 블랜딩 과정 후에 리퀴르 드 티라주(설탕과 효모를 섞은 것)를 넣어 2차 발효를 일으킨다. 이때는 영구적으로 쓰일 병에 담아서 임시 병마개로 막아준다.
2차 발효: 2차 발효 중에는 탄산가스를 병 속에 그대로 남겨둔다. 이것이 거품을 일으키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2차 발효를 할 때는 병 속에 찌꺼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어떻게 탄산가스를 잃지 않으면서 찌꺼기를 제거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그 다음 단계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숙성: 찌꺼기를 함께 숙성시키는 이 기간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이때 와인은 효모 찌꺼기와 접촉하면서 특유의 부케를 얻는다).
리들링 RIDDLING(찌꺼기 처리): 이제 와인병들을 A자 모양으로 경사진 나무판의 구멍들에 병목 쪽으로 하여 하나씩 꼽는다. 르미외르 remueur, 즉 리들러 riddler(와인병을 정기적으로 돌려 찌꺼기 가라앉히기 작업을 하는 사람)가 샴페인 병이 꽂힌 선반을 살펴보면서 각각의 병을 약간씩 회전시키는 동시에 점진적으로 경사도를 조금씩 높이며 세워준다. 이런 식으로 6~8주 후면 병은 거의 거꾸로 세워지면서 찌꺼기가 병목으로 모이게 된다.
데고르주망 DEGORGEMENT(찌꺼기 제거): 병 입구를 차가운 소금물에 담가 얼린 다음 임시 병마개를 제거하면 얼어버린 찌꺼기가 탄산가스의 압력에 의해 밀려나온다.
도자쥐 DOSAGE(첨가제 보충): 찌꺼기 제거 후에 와인과 사탕수수 설탕을 섞은 것을 병 속에 보충해준다. 이때가 와인 메이커의 결정에 따라 샴페인이 스위트냐 드라이냐가 정해지는 순간이다.
병의 재밀봉: 임시 병마개가 아닌 진짜 코르크 마개로 병을 다시 밀봉한다.
샴페인 스타일을 결정하는 요소
앞에서 살펴봤던 샴페인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세 가지 포도를 떠올리면서 다음의 통칙을 염두에 두자. 블랜딩할 때 청포도가 많이 들어갈수록 더 가벼운 스타일의 샴페인이 나오며, 적포도가 많이 들어갈수록 더 풀한 스타일의 샴페인이 나온다.
또, 일부 생산자들은 나무통에서 발효를 시킨다. 볼랭제에서는 일부 샴페인만을, 크뤼그에서는 자사의 모든 와인을 이런 식으로 발효한다. 이렇게 나무통에서 발효시키면 스테인리스스틸 통에서의 발효보다 바디와 부케가 더 풍부해진다.
좋은 샴페인을 사는 요령
먼저, 어떤 스타일의 샴페인을 구매할지 결정한다. 풀 바디인지 라이트 바디인지, 드라이한 브뤼인지, 달콤한 데미섹인지부터 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엔 반드시 신뢰할 만한 제조사 및 생산자가 내놓은 샴페인을 골라야 한다. 생산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하우스 스타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해마다 한결같은 블랜딩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샴페인의 음용 적기
샴페인을 구입하면 언제 마시는 게 좋을까? 구입한 즉시 마시는 게 좋다. 샴페인은 바로 마셔도 되는 와인이다. 논빈티지 샴페인은 2년에서 3년 내에 마셔야 하며, 빈티지나 프레스티지 퀴베 샴페인은 10년에서 15년까지 보관해두어도 좋다. 그러니 15년 전에 선물로 받은 돔 페리뇽을 보관해두고 있다면 더 기다릴 것 없이 병을 따야한다!
샴페인 병을 따는 올바른 방법
샴페인 병은 올바른 방법으로 따지 않으면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다. 이 말을 결코 가볍게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샴페인 병 속의 압력이 얼마나 높은지 안다면 수긍할 것이다.
샴페인 병을 따는 올바른 방법을 아래에 소개하니 잘 숙지해두고 실전에 이용하기 바란다.
- 일단 개봉하기 전에 병을 차게 해두는 게 중요하다.
- 병마개를 감싸고 있는 호일을 뜯어낸다.
- 손으로 코르크를 누르고 있는다. 당부해두지만, 코르크가 완전히 빠질 때까지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조금은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 철사를 푼다. 코르크 위에 그대로 걸쳐두든, 완전히 벗겨내든 원하는 대로 주의 깊게 푼다.
- 천으로 된 냅킨으로 조심스럽게 코르크를 감싼다. 그래야 코르크가 펑 튀어나오더라도 냅킨이 안전하게 막아준다.
- 병과 코르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돌린다. 병을 개봉할 때는 갑자기 뻥하며 요란스럽게 열리고 거품이 흐르게 하는 것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열려고 해야 한다. 뻥 소리를 내면서 개봉하면 재미야 있지만 샴페인의 맛에는 이로울 것이 없다. 탄산가스는 샴페인에 기포가 올라오게 해주는 성분인데, 뻥하고 터뜨리면 탄산가스가 빠져나가 버린다. 이 거품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병을 따야 몇 시간 후에도 탄산가스가 손실되지 않는다.
샴페인은 어떤 잔에 따라야 하는가?
샴페인은 무조건 '적당한 잔'에 따라야 한다. 샴페인 잔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보겠다. 최초의 쿠페 coupe(잔이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얕은, 다리 달린 잔)는 그리스 신화의 여인 헬레네의 가슴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인들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 관능적인 경험이라고 여겼고, 그러니 그 잔을 만드는 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공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수세기가 지난 후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새로운 샴페인 잔을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본뜬 쿠페를 만들도록 했고, 그럼으로써 잔의 모양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트로이의 헬레네보다 그 방면에서 조금 더 복 받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들로, 플룻형과 튤립형이 있다. 이런 모양의 잔에 따르면 샴페인의 기포가 구형의 모델처럼 빨리 사라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잔 안의 와인 향과 아로마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의 차이점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샹파뉴 지방은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을 양조하기에 이로운 요소들이 이상적으로 조합된 곳이다. 토양은 고운 백토이고 포도나무는 어디에서나 재배해도 스파클링 와인용으로 최적으로 자라는 품종이며 위치도 완벽하다. 토양, 기후, 포도나무의 이러한 조합이 이곳의 와인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반면에 스파클링 와인은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며 품질은 저마다 다르다. 스페인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카바스 cavas'라고 부르고, 독일판 스파클링 와인은 '젝트 Sekt'라고 불린다. 이탈리아에는 'sparkling'에 해당하는 용어로 '스푸만테 spumante'가 있다.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양조 방법에 차이가 있는가?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의 양조 방법에는 더러 차이가 있다.
정통 샴페인과 대다수의 우수 스파클링 와인은 앞부분에서 설명한 바 있는 메토드 샹프누아즈에 따라 빚어진다. 그런데 이 방법은 힘들고 집중적이며 비용도 많이 든다. 가령, 2차 발효를 커다란 탱크 속에서 하는 방법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때 스파클링 와인 10만 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큰 탱크가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취미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기타 와인 생산국 ① 오스트리아 · 헝가리 · 그리스 (0) | 2023.07.26 |
---|---|
[와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샴페인, 셰리주, 포트와인 ② 셰리주 · 포트와인 (0) | 2023.07.26 |
[와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와인 ③ 이탈리아의 기타 주요 와인 산지 (0) | 2023.07.25 |
[와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와인 ②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 (0) | 2023.07.25 |
[와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와인 ① 스페인의 와인 (0) | 2023.07.25 |